집이 동굴이었을 때 숲은 길이었고 창이었으며 쉼터였다.
숲을 향해 열린 창하나, 둘, 그리고 셋에 이르는 동안 이 건축의 파사드는 어느 한쪽을 위해
디자인된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이 건축의 모든 정면은 모든 배면이고 모든 측면은 또 다른 정면이다.
집이 동굴이기 때문이다. 숲이기 때문이고 길이기 때문이다.
언덕을 오르는 긴 램프에 불이 켜지면 푸르렀던 숲은 깊은 어둠을 준비를 한다.
단단하지만 단순한 메스로 구성된 독립된 공간들은 깊고 가파른 경사지에 잠겨있다.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수평선에선 하루 종일 빛들이 출렁인다.
우리가 잠시 잊고 지내던 파란 하늘이거나 바람 부는 오후일지라도 숲속 공터엔 작은 평화가 있고
동굴에 울려 퍼지는 두런거리는 낮은 소리는 태초의 시이며 자장가다.